가을을 보내며 쓰는 편지 / 강정수
친구야 또 가을이 간다
눈처럼 떨어져 내리는 은행잎를 밟으며
은행나무 늘어선 교정에서
가을이 떠난다고 울고 있던 친구가
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
한 때는 노란 은행잎이
모두 황금이었으면 하고
바란 적도 있었지
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던 친구가
가슴 저리게 보고파도
쌓인 낙엽를 밟으며 고상를 떨던 시절로
되돌린 수는 없겠지
술이 없어도 취할 수 있고
그냥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풍족해지는
친구야
그냥 이렇게 또 가을이 간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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