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 한편..글 하나~

가을을 보내며 쓰는 편지

아름드리정원 2013. 9. 24. 19:34

 

 

 

가을을 보내며 쓰는 편지 / 강정수

 

 

친구야 또 가을이 간다

 

눈처럼 떨어져 내리는 은행잎를 밟으며

은행나무 늘어선 교정에서

가을이 떠난다고 울고 있던 친구가

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

 

한 때는 노란 은행잎이

모두 황금이었으면 하고

바란 적도 있었지

 

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던 친구가

가슴 저리게 보고파도

쌓인 낙엽를 밟으며 고상를 떨던 시절로

되돌린 수는 없겠지

 

술이 없어도 취할 수 있고

그냥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풍족해지는

친구야

 

그냥 이렇게 또 가을이 간다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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